예전엔 수도꼭지에서 콸콸 나오는 물을 보면서도 별로 아깝다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. 설거지를 할 때도, 샤워를 할 때도 그냥 습관처럼 물을 흘려보내곤 했죠. 그런데 어느 날 뉴스에서 “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물 부족 지역에 살고 있다”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. 당장 우리 집 수도가 마르는 건 아니지만, 언젠가는 우리도 물 부족의 영향을 직접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. 그래서 아주 작은 것부터라도 바꿔 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.
1. 설거지할 때 물 받아 쓰기
저는 원래 설거지를 할 때마다 수돗물을 계속 틀어놓고 했습니다. 접시 하나 헹구고, 또 하나 헹구고… 이렇게 하면 설거지가 끝날 때쯤 싱크대 배수구로는 물이 엄청 흘러가 버려요.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알려주신 방법이 생각났습니다. 싱크볼에 물을 반쯤 받아 두고 헹굼 전용으로 쓰는 거예요. 세제칠을 다 마친 접시들을 모아두었다가 그 물에 차례대로 헹구니, 물 사용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더라고요. 처음엔 손에 거품이 조금 묻는 게 불편했는데, 익숙해지니 오히려 더 빨리 끝났습니다.
또 한 가지 요령은, 기름기가 많은 그릇은 키친타월로 한 번 닦아낸 후 설거지를 시작하는 겁니다. 이렇게 하면 세제도 덜 쓰게 되고, 헹굼 과정에서 물을 덜 흘려보내게 돼요. 작은 습관이지만 한 달 두 달 쌓이다 보면 꽤 큰 차이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.
2. 샤워 시간 줄이기
퇴근하고 들어와서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하는 게 제일 큰 즐거움이었는데, 어느 순간 ‘이 시간만 줄여도 물을 꽤 아낄 수 있겠다’ 싶었습니다. 실제로 수도 요금 고지서를 보면서 확인했는데, 샤워 시간을 10분에서 5~7분으로 줄이자 한 달 물 사용량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. 예전엔 습관적으로 틀어놓은 채로 린스나 바디워시를 했는데, 지금은 잠깐 잠가두었다가 헹굴 때만 물을 틉니다. 별 차이 없는 것 같아도, 하루에 몇 리터가 절약되는 셈이죠.
특히 저는 ‘따뜻한 물’은 전기나 가스를 써서 데우는 거라는 걸 잊곤 했어요. 그러니까 샤워 시간을 줄이는 건 물 절약뿐 아니라 에너지 절약과 직결됩니다. 환경에도 좋고, 고지서에도 좋은 결과로 돌아오니 일석이조더라고요.
3. 세탁은 모아서 한 번에
혼자 살다 보면 빨래가 자잘하게 생깁니다. 양말 몇 켤레, 티셔츠 한두 장만 있어도 그냥 세탁기를 돌려버렸던 적이 많았어요. 그런데 세탁기를 자주 돌릴수록 물과 세제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는 걸 체감했습니다. 그래서 요즘은 빨래를 일정량 모아두었다가 한 번에 돌리려고 합니다. 세탁량이 적을 땐 ‘절약 코스’가 있긴 하지만, 결국은 한 번 돌릴 때 쓰이는 기본적인 물 사용량이 있기 때문에 차라리 모아서 하는 게 낫더라고요.
또 빨래를 모으는 동안 냄새가 날까 걱정했는데, 통풍이 잘되는 바구니를 두고 환기만 잘해 주니 괜찮았습니다. 세탁 빈도를 줄이니 세제도 절약되고, 옷감도 덜 상하더군요. 덤으로 건조기 돌리는 횟수도 줄어 전기 요금까지 아낄 수 있었습니다.
물 절약이 주는 보람
사실 이런 작은 습관이 지구 환경에 얼마나 기여할까 싶기도 했습니다. 하지만 중요한 건 ‘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바꿔본다’는 태도였던 것 같아요. 가정에서 물 절약을 실천하다 보니, 일상 속에서 자원 소비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하게 됐습니다. 불필요한 전등은 꺼야겠다는 생각, 비닐봉지는 덜 써야겠다는 마음으로도 이어지더라고요.
수도 요금이 줄어드는 건 덤이고, 매번 물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뿌듯함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. 만약 여러분도 ‘내가 뭘 바꿀 수 있을까’ 고민하고 계신다면, 오늘 저녁 설거지부터 물 받아 쓰기로 시작해 보세요. 어렵지도 않고, 효과는 바로 체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.